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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ongsulk1956
제목 이봉화 어르신 9순잔치
작성일자 2018-11-28
조회수 17
추천수 2

어느 졸수연(卒壽宴)에 가 사진을 찍어드리고

 

토요일이자 그믐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대만 여행을 다녀온 이래로 컨디션 조절이 안 되어 매우 심란하고 우울한 기분에 젖어 있었더랬는데 그때 K목사의 전화가 걸려온 것이었다. 요컨대 재능기부를 좀 하라는 요청이었다. 무슨 행사냐니까 자기네 공동체에서 생활하던 분이 올해 아흔을 맞이하여 졸수연(卒壽宴)을 열어드리게 되어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것이라고 한다. 가만 생각해 보니 무릎관절 때문에 어제 정형외과에 다녀온 후이고 통증이 다소 가라앉았다고는 하나 먼 곳까지 출사하기에는 꺼려지는 바여서 선뜻 대답은 못하고 나중 결과를 말씀드리겠다고 일단은 보류를 한 상태로 전화를 끊었었다.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한 번의 요청이 더 있었으나 응해 드리지 못했고 하여 이번에만큼은 요청을 수용해 드리는 게 도리다 싶어서 결국 응낙의 문자를 보내고 약속된 오후 네 시에 지정된 장소로 갔다. 관절통으로 절름발이 걸음을 하며.

구서동에 소재한 아무개 요양병원이었다. 말만 들었지 요양병원 내부를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병실 복도에는 이미 잔치상이 마련되어 있었고 목사님은 사전에 순서가 정해져 있는 양 공동체 식구들을 독려하며 행사를 이끌어가는 듯싶었다. 나는 그저 목사님의 동선에 따라 곁에서 조용히 셔터만 누를 뿐이었다.

주인공을 위하여 마련된 케이크의 촛불을 끄며 공동체 식구들이 해피 버스 데이노래도 불러주는 걸 보니 그들의 끈끈한 정이 가슴에 전해짐을 느꼈다.

 

목사님을 간단히 소개하면, 우리가 익숙히 보아온 목자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분이다. 차림새며 하시는 일 등으로 보아 그렇다. 그는 사단법인 애빈회(愛貧會)를 설립하고 빈민운동을 벌이는 분으로 알고 있으며, 해마다 부산역 광장에서 4대 종교단체 공동으로 노숙인 위령재를 지내고 있다. 오갈데 없는 이들을 거두어 공동체 생활을 하며 올해 구순을 맞은 이봉화 노인 역시 건강이 좋지 않아 공동체에서 요양병원으로 모셔 돌보고 있는 중에 잔치상을 벌이게 된 것이라 한다. 그는 신장 기능이 완전 정지되어 복부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빼내고 있는데 생활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고 하며 참 신기한 일이라고 우리는 공히 감탄했다.

이로 인해 나는 정말이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연말을 보내게 된 것이 그 어느 것보다 보람으로 남았다.





















입원한 환우들을 살피는 간호사 또는 도우미 직원들을 나는 천사에 비유하였다. 외부에서 듣던 것과는 딴판으로 그녀들은 자신들의 부모를 간병하는 자세로 돌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생 90! 참으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애일 수 있었다. 장수가 축복일 수 없음을 나는 여기서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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